Life In Story

2019-20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이변의 토너먼트 극장이 방영되고 있다.

 

다음 라운드 진출이 거의 확실시 되는 빅클럽들이 차례차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바르셀로나가 바이에른 뮌헨에 처참한 대패를 하였고, 멘체스터 시티는 리옹을 만나 힘 한번 못써보고 무력하게 패배하였다. 올 시즌 돌풍의 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아탈란타는 경기 내용은 앞섰지만 후반 종료 10분을 앞두고 경기를 내어주고 말았다.

 

RB라이프치히의 나겔스만 감독은 전술천재라는 닉네임 답게 또 다른 전술의 황제 시메오네 감독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시즌 종료 시켜버렸다.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변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전문가들의 올해에는 무너질 것이다 예측이 적중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시티는 팀 리빌딩에 실패하였고, 단조로운 전술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로 졌다.

 

 

 

 

 

 

바르셀로나 축구가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맨체스터 시티마저 무너졌다. 맨시티는 지난 새벽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리옹에 1-3으로 패했다. 3연속 8강에서의 좌절로 맨시티의 챔스 무관이 이어졌다. 리옹은 10년만에 4강에 오르며 구단 역사상 첫 챔스 결승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경기로만 보자면 선발 3백 전술이 맨시티의 패착이었다. 단판 승부의 수비 중요성, 상대 리옹의 카운터와 3백 전술의 대응으로 과르디올라 감독은 평소 4백 대신 3백으로 리옹전에 나섰다. 맨시티가 이번 시즌 어려움을 겪은 수비의 불안을 덜어내는 동시에 최전방 공격수 아구에로의 부상 공백을 대체하고자 한 3-5-2 였다. 나이 어린 에릭 가르시아 좌우에 라포르트와 페르난지뉴를 붙였고, 제주스 옆엔 스털링을 세웠다. 하지만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은 포메이션과 전술은 맨시티 선수들의 움직임을 무겁게 했다. 수비와 미드필드 등 위험지역에서 미스가 이어지면서 리옹에게 계속해서 역습 기회를 내줬다. 라포르트-가르시아-페르난지뉴로 이어진 낯선 3백은 라인 수비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 기본적으로 라인을 끌어올리고 경기를 하는 맨시티에게 최종 수비라인의 불안은 치명적이었다. 리옹의 3골 모두가 맨시티 수비라인 컨트롤 미스와 뒷공간을 빠르게 노리는 플레이에서 나왔다. 특히 맨시티의 뒷공간을 한 번의 패스로 파고들어 만들어낸 리옹의 첫 번째 골이 대표적이다.

 

 

 

 

 

 

 

 

 

후반 맨시티는 평소 자주 쓰던 4-3-3 으로 돌아갔지만 이미 기울어진 경기 흐름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맨시티 입장에선 86분 제주스가 완벽하게 연결한 크로스를 골대 위로 차버린 스털링의 슈팅이 너무도 아쉬울 것이다. 이 골이 들어갔다면 경기 흐름은 막판 동점을 만든 맨시티 쪽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하지만 스털링은 텅 빈 골대를 외면했고 곧장 반격에 나선 리옹의 무사 뎀벨레에게 추가골을 내주면서 1-3 완패를 당했다.

 

 

 

 

 

 

 

 

 

경기 결과를 좀 더 큰 틀에서 분석하자면 바르셀로나 스타일 축구의 추락이다. 패스와 점유를 바탕으로 하는 축구가 더 이상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흐름이 이날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맨시티는 지난 새벽 경기에서도 볼을 소유하고 계속해서 연결했다. 맨시티의 볼 점유율은 67%로 7대3의 경기였다. 패스 시도도 맨시티가 641개로 리옹의 253개에 3배 가까이 많았다. 볼을 오래 소유하고 연결한 건 맨시티였다. 하지만 결과를 가져간 건 리옹이었다.

 

 

루디 가르시아 감독 특유의 3백 전술을 구사한 리옹은 볼 점유율에는 연연하지 않고 맨시티를 최대한 압박해 공을 끊어낸 뒤 빠르게 역습하는 전략으로 맨시티를 흔들었다. 리옹은 라인을 끌어올린 맨시티의 뒤를 치기 위해 뒷공간을 노리는 긴 볼을 연결하거나 빠른수비 -> 공격 전환으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리옹이 맨시티에 점유율은 한참 뒤졌지만 유효 슈팅은 큰 차이 나지 않은 이유다.

 

이 같은 흐름은 프리미어리그가 다르지 않았다. 맨시티는 지난 프리미어리그 평균 점유율 1위(62.6%) 경기당 패스 시도 1위(693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패턴의 축구가 이어지면서 상대팀들은 파훼법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결과가 지난 시즌 맨시티의 성적이다. 맨시티는 리그 2연패를 이어오다 지난 시즌 2위에 머물렀는데 시즌 패배가 9패로 그 전 시즌 4패의 갑절을 넘겼다. 상대팀들이 맨시티의 공략법을 찾은 결과였다. '펩 감독의 맨시티 전술이 읽혔다' 란 평가의 배경이다.

 

 

 

 

 

 

 

 

하루 전엔 맨시티와 전술적 뿌리가 같은 바르셀로나가 바이에른 뮌헨에게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8-2란 역사적 스코어였는데 경기가 끝난 뒤 바이에른 뮌헨의 한지 플리크 감독은 "바르셀로나는 후방 빌드업만 막으면 힘을 못 쓰는 팀" 이라고 냉정하게 지적했다.

 

사실 플리크 감독의 말이 아니더라도 바르셀로나식 축구의 특징은 그 파훼법은 나온 지 오래다. 바이에른 뮌헨과 리옹이 바르셀로나와 맨시티를 무너뜨린 것처럼 후방 빌드업을 괴롭히고 공을 끊어낼 시 빠르게 공격해 들어가거나 수비 뒷공간으로 한 번에 때려 놓는 공격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바르셀로나식 축구가 현대축구의 트렌드로 주목받아온 시간만큼 상대팀들이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오래 연구한 결과다.

 

 

다른 팀들과 축구는 한 시대를 이끈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깨기 위해 고민하고 대응전술을 내놓았는데 바르셀로나식 축구는 상대적으로 정체했다. 정상에 있거나 흐름을 주도하는 팀들이 빠지는 자기 함정이다. 제 아무리 강했던 팀도, 당대를 지배했던 전술도 영원하지 못하고 흥망성쇠를 반복했다. 그 어떤 팀도, 그 어떤 전술도 10년 이상 세계를 지배하지 못했다는 축구 전술사 10년 주기설의 배경이다.

 

 

 

 

 

 

 

 

리오 퍼디난드는 바르셀로나가 전술 개발과 진화는 주도하지 못하고 메시라고 하는 특정 선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축구를 이어온 게 이번 참패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전술 정체는 비단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그 스타일을 좇는 모든 축구팀들이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잘 나가던 것에 취해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 한 결과다.

 

그런 점에서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하는 팀들의 변화의 핵심은 세대교체가 아니다. 선수 몇몇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상대팀들이 바르셀로나식 축구의 파훼법을 찾아냈던 것처럼 세대교체를 뛰어 넘는 또 다른 새로운 축구의 모색과 도전이 따라야 한다. 하나의 사이클을 지나보내고 또 다른 새로운 사이클을 맞이하고 주도하는 시대의 교체다.

 

영광스런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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