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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4시(한국시간) 유로파리그(UEL) 4강전에서 맨유와 세비야가 만났다. 우승을 희망하는 맨유는 유로파리그의 절대 강자 세비야를 반드시 꺽어야 했다. 객관적인 전력차이도 분명 존재했고, 많은 내신과 기자들은 맨유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맨유는 왜 세비야에 지고 말았을까. 맨유는 왜 토너먼트에서 세비야를 만나면 매번 꼬리를 내릴까. 

 

세비야의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과감한 교체 카드를 활용하면서 역전승을 이끌어 냈다. 반면 솔샤르 맨유 감독은 교체카드를 아끼다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세비야는 유로파 리그 16강전부터 준결승전까지 모두 똑같은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유세프엔-네시리가 최전방에 섰고, 루카스 오캄포스와 수소가 좌우에 배치되면서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페르난두를 중심으로 에베르 바네가와 호안 호르단이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형성했다. 세르히오 레길론과 헤수스 나바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디에구 카를로스와 쥘 쿤데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으며, 골문은 야신 부누 골키퍼가 지켰다.

 

 

 

 

 

 

 

맨유 역시 지난 코펜하겐과의 8강전과 필드 플레이어에 있어선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앙토니 마르시알이 최전방 원톱에 포진한 가운데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중심으로 마커스 래쉬포드와 메이슨 그린우드가 좌우에 서면서 이선에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폴 포그바와 프레드가 더블 볼란테(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구축했고, 브랜던 윌리엄스와 아론 완비사카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으며, 해리 매과이어와 빅토르 린델뢰프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키퍼만 그 동안 유로파 리그에서 선발로 나섰던 백업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 대신 원래 주전 골키퍼인 다비드 데 헤아가 선발 출전한 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경기 초반 맨유가 에이스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중심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반면 세비야는 맨유의 공세에 막혀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 15분경까지만 하더라도 맨유가 4회의 슈팅을 시도하는 동안 단 한번의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던 세비야였다.

 

이 과정에서 맨유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6분경, 래쉬포드가 마르시알과 이대일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슈팅을 가져간 걸 부누 골키퍼가 선방했으나 카를로스의 태클이 깊게 들어오면서 래쉬포드에게 파울을 하는 우를 범했다. 이렇게 얻어낸 페널티 킥을 브루노가 차분하게 성공시키면서 맨유가 앞서나갔다.

 

 

하지만 대회(유로파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유로파 리그의 제왕 세비야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15분경 오캄포스의 슈팅을 시작으로 세비야는 레길론(왼쪽 측면 수비수)과 바네가(중앙미드필더에서 왼쪽에 위치), 오캄포스(왼쪽 측면 공격수)로 팀의 장기인 왼쪽 공격으로 맨유를 공략해 나갔다. 15분경부터 25분경까지 10분 사이에 세비야가 시도한 4차례의 슈팅은 모두 왼쪽 측면 공격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결국 세비야는 25분경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측면에서 레길론의 패스를 받은 오캄포스가 볼을 몰고 가다가 전진 패스를 찔러주었고, 이를 오버래핑해 올라온 레길론이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연결한 걸 먼 포스트에서 쇄도해 들어오던 수소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동점골을 허용하자 맨유가 파상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다소 조급한 인상이 있었다. 25분경부터 전반 종료까지 7회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 중 유효 슈팅은 상당히 먼거리에서 시도한 래쉬포드의 프리킥과 전반 종료 직전 브루노의 중거리 슈팅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모두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슈팅이었다.

 

후반 초반 강도 높은 압박을 감행하면서 세비야의 후방 빌드업을 차단한 맨유가 빠른 침투로 패널티 박스 안에서 좋은 득점 찬스를 여러 차례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후반 시작부터 7분경까지 무려 6회의 슈팅을 가져간 맨유였다. 하지만 세비야는 수비진의 육탄 방어와 좋은 판단으로 슈팅 각도를 좁힌 부누 골키퍼의 선방 3회 덕에 실점 위기에서 연달아 벗어날 수 있었다.

 

 

후반 초반 흐름이 맨유 쪽으로 넘어가자 로페테기 감독은 후반 11분에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오캄포스와 엔-네시리를 빼고 무니르 엘-하다디와 뤽 데 용을 교체 출전시킨 것. 

 

오캄포스는 이번 시즌 세비야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한 명실상부한 공격진의 에이스였다. 세비야가 이번 시즌 공격수들의 부진에도 프리메라 리가 4위를 차지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건 14골로 팀 득점을 책임진 오캄포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엔-네시리는 원래 세비야 주전 공격수였던 뤽 데 용이 이번 시즌 전반기 내내 공식 대회에서 단 2골에 그치는 부진을 보이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레가네스에서 2,000만 유로라는 구단 역대 5위에 해당하는 이적료를 들여 영입한 선수이다. 즉 에이스와 주전 공격수를 빼고 이번 시즌 내내 부진했다는 평가를 들은 무니르와 데 용을 넣는 과감함을 보인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로페테기는 후반 30분경, 동점골을 넣은 수소를 빼고 프랑코 바스케스를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다소 지친 공격 삼가편대를 모두 교체하면서 골을 넣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로페테기이다.

 

결과적으로 로페테기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후반 33분경, 바스케스가 측면으로 내준 패스를 나바스가 크로스로 올렸고, 이를 골문 앞에서 자리잡고 있었던 데 용이 가볍게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바스케스가 기점 역활을 담당했고, 데 용이 결승골을 넣은 것. 로페테기의 용병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반면 솔샤르는 실점을 허용했음에도 교체를 계속 아끼는 모습이었다. 52분경 이후 슈팅 3회가 전부였고, 그마저도 77분경 그린우드의 슈팅을 마지막으로 슈팅이 전무했음에도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래쉬포드와 완비사카, 윌리엄스를 빼고 후안 마타와 다니엘 제임스, 티모시 포수멘사를 교체 출전시키며 뒤늦게 공격을 강화했다.

 

이에 발맞춰 로페테기는 공격 성향이 강한 중앙 미드필더 호르단을 빼고 중앙 수비수도 뛰는 수비에 특화된 미드필더 네마냐 구델리를 투입하면서 잠그기에 나섰다. 마지막으로 솔샤르는 정규 시간이 다 끝난 상태에서 추가 시간 2분에 뒤늦게 그린우드를 빼고 공격수 오디온 이갈로를 투입했으나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이대로 경기는 세비야의 2-1 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와 함께 세비야는 구단 역사상 6번째로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최다 결승 진출 2위인 리버풀, 유벤투스, 인테르보다 2회가 더 많은 기록이다.

 

 

 

 

 

 

 

 

물론 맨유가 믿을 만한 백업 자원이 부족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솔샤르는 세비야와의 유로파리그 준결승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미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11명에서 13명 정도로는 부족하다.

 

1년 내내 3일 간격으로 경기를 한다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기에 우리는 정말로 의지할 수 있는 선수를 최소 19명에서 22명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라며 현재 맨유에 믿을 수 있는 선수가 13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탄한 바 있다.

 

하지만 세비야 역시 맨유와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다. 세비야도 맨유와 마찬가지로 믿을 수 있는 백업 자원이 부족하다. 괜히 세비야가 유로파리그 16강전부터 준결승전까지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온게 아니다.

 

그럼에도 로페테기는 후반 초반에 에이스 오캄포스와 주전 공격수 엔-네시리를 빼는 강수를 던졌다. 이어서 동점골을 넣으면서 좋은 컨디션을 보인 수소까지 교체했다. 교체 출전한 선수는 이 경기 이전까지 무려 11경기 무득점 행진을 이어오고 있었던 데 용이었다.

 

세비야 팀 내에서 가장 부진하다는 비판을 들었던 데 용이 중요 순간 12경기만에 골을 넣으면서 팀을 유로파 리그 결승으로 진출시킨 것이다. 당연히 로페테기의 과감한 용병술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설령 믿을 백업 선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역전골을 허용한 순간 곧바로 수비 쪽에서 선수 한 명을 빼고 공격 자원을 투입해 공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준결승전은 단판 토너먼트였다. 1골 차로 지나 큰 점수 차로 지나 탈락하는 건 변함이 없다.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질 필요성이 있었다.

 

첫 교체가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있었고, 마지막 교체 카드조차도 공격수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한 건 지나치게 소극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결국 맨유는 이번 시즌, 리그컵과 FA컵에 이어 유로파리그에서도 모두 준결승전에서 탈락하면서 단일 시즌 3개 대회 준결승에서 탈락한 최초의 잉글랜드 1부리그 팀이 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반면 이미 유로파리그 최다 우승과 최다 결승 진출에 빛나는 세비야는 이번에도 결승에 진출하면서 유로파리그의 제왕다운 면모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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