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Story

예견된 참사였을까. 2019/20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의 바르셀로나가 바이에른 뮌헨에 충격패를 당한 모습은 당분간 계속 회자될 것이다. 단순히 강팀끼리의 경기이고 비등했던 경기력과 종이 한장 차이의 전술적인 문제로 아쉽게 결과가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화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팀 바르셀로나가 또 다른 세계 최고의 팀 바이에른 뮌헨을 만나 엄청난 승부를 보여줄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를 져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와버렸다. 

 

바르셀로나는 바이에른 뮌헨을 만나 제대로 된 경기를 해보지 못하고 처참하게 패배했다. 결과는 2-8. 야구 스코어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큰 점수차로 지고 말았다. 단순히 경기력문제 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역량 차이, 감독의 전술, 선수의 채력, 용병술 어느 하나 뮌헨의 압도적인 승리다. 슈퍼스타 메시는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한 채 팀의 절망적인 패배를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뭐 이런 팀이 있나 싶다. 바이에른 뮌헨이다.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분명 최고의 팀 중 하나다.

 

바이에른 뮌헨이 지난 새벽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승리했다. 그냥 이긴 게 아니다. 무려 8골을 넣었다. 8-2 결코 쉽게 나올 스코어가 아니다. 그것도 상대가 바르셀로나라면 더더욱 그렇다.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한 경기에 8골을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르셀로나가 공식 경기에서 8실점을 한 건 1946년 코파델레이 세비야전 이후 74년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파괴력이 그만큼 굉장했다.

 

완벽에 가까운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력이었다. 스트라이커 레반도프스키부터 골키퍼 노이어까지 빈 틈 찾기가 어려웠다. 파바르가 부상으로 빠져 고민된 오른쪽 풀백은 키미히가 훌륭히 메웠다. 왼쪽 풀백 알폰소 데이비스는 부상 여파로 컨디션 걱정이 있었으나 베스트에 가까운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63분 두 선수가 동시에 오버래핑을 나가 골을 합작한 장면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토마스 뮐러의 활약은 특히 탁월했다. 자신이 왜 올라운드 공격수로 불리는지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기본적으론 세컨드 스트라이커 위치에 포진했지만 측면과 미드필드까지 포괄하는 움직임으로 바이에른 뮌헨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뮐러는 2골과 1어시스트라는 구체적 공격 포인트와 함께 무려 5개나 되는 키 패스를 연결하며 팀 대승을 주도했다.

 

 

뮐러의 활약이 레반도프스키, 나브리, 페리시치 등 팀 동료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8골이나 넣을 수 있었던 바이에른 뮌헨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록적인 8경기 연속골을 넣고 있는 레반도프스키가 주목받고 있지만 토마스 뮐러처럼 전 선수들이 고르게 제 활약을 해주고 있어 이어지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대승 퍼레이드다. 바이에른 뮌헨은 조별리그 땐 토트넘을 7-2로 잡았고 16강에선 1,2차전 합계 첼시를 7-1로 제압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잘하는 건 공격만이 아니다. 경기장 전체를 촘촘히 메우는 전면적 압박도 상당하다. 전방은 물론 자기 진영에서 보여주는 후퇴 압박 모든 게 강력하다. 바르셀로나전만 하더라도 메시를 포함해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펼치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26개의 슈팅을 때린 반면 바르셀로나는 3분의1도 안되는 8개의 슈팅에 그쳤다.

 

바이에른 뮌헨의 강력한 전방 압박 탓에 바르셀로나의 후방 빌드없은 방향을 잃고 헤맸다. 테어슈테겐, 렝글레, 피케의 후방 빌드업은 경기 내내 불안했다. 이들이 못했다기보단 바이에른 뮌헨의 압박이 워낙 강력했다. 88%에 달했던 바르셀로나의 올 시즌 평균 패스 성공률이 지난 새벽엔 82%까지 내려간 이유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의 불안정한 빌드업은 바르사가 자신들의 상징적인 수치인 볼 점유율에서 마저 밀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바르셀로나는 45%, 바이에른 뮌헨은 55% 였다.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고 돌리지 못하니 당연한 결과였다.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과 수비에 걸친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인 밸런스는 이번 경기만의 일이 아니다. 올 시즌 내내 보여주고 있는 상당한 바이에른 뮌헨의 경쟁력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올 시즌 챔스 유일 전승팀이다. 9전 전승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전승은 막강한 공수 밸런스에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9경기를 치르는 동안 모두 39골과 8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4골 이상 넣고 1골 미만으로 틀어막은 것이다. 유럽 최정상 클럽들이 모여 대회를 치르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좀처럼 보여주기 쉽지 않은 데이터다. 분데스리가와 포칼 정상에 이미 오른 바이에른 뮌헨으로써는 챔스 우승까지 차지해 트레블을 노려볼만한 충분한 흐름이다.

 

 

 

 

 

 

 

 

 

문제는 바르셀로나다. 충격적인 패배 여파가 팀을 크게 흔들 수 있다. 당장 올 시즌 무관으로 팀을 이끈 키케 세티엔 감독의 입지는 크게 좁아지게 됐다. 경질 요구가 거세다. 1987년생 동갑내기들로 30대 중반인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아르투로 비달, 제라드 피케 를 둘러싼 세대교체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우스만 뎀벨레와 앙투안 그리즈만, 쿠티뉴 등 재미를 보지 못한 보강 작업을 두고도 책임론이 더 크게 불거질 수 있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임대 보냈던 쿠티뉴가 이번 경기에서 2골과 1도움을 기록, 바르셀로나는 자존심에 더욱 큰 상처를 입었다. 시즌 막판 아르투르의 유벤투스 이적을 두고도 잡음이 불거진 만큼 책임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 있다. 메시를 둘러싼 갈등설이 이어져온 만큼 구단 내분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

 

선수단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경기 직후 피케는 "매우 고통스럽지만 선수단 뿐만 아니라 구단 전체가 지금 바닥을 쳤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바른 길로 가지 못하고 있다" 며 구단의 개혁을 촉구했다.

 

 

바르셀로나는 메시를 중심으로 분명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또 하나 분명한 건 바르셀로나는 현재의 한계를 인정하고 또 다른 한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거 보면 영원한 건 아무 것도 없다. 돌고 돌아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 바르셀로나에게 필요한 것도 이 같은 새로운 시작이다.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