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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축구계가 위축된 가운데 유럽 이적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팀을 꼽자면 첼시다. 첼시는 이번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티모 베르너와 하킴 지예흐의 영입을 확정했다. 첼시가 두 선수를 영입하며 쓴 돈만도 1200억이 넘는다.

 

첼시의 영입 러시는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레버쿠젠의 재능 카이 하베르츠와 레스터의 왼쪽 풀백 칠웰과도 연결돼 있다. 제이든 산초(도르트문트), 엔젤 고메스(맨유) 등도 첼시와 연결된 선수들이다. 물론 이적시장의 말이라는 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곧이곧대로 믿을 게 못된다. 기사대로 이적한다면 제이든 산초가 서너 명은 있어야 한다. 첼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건 분명하다. 다른 팀들이 간을 볼때 첼시는 신속하게 호주머니를 털어 장바구니에 원하는 재능을 담았다.

 

 

첼시가 과감할 수 있었던 건 세이브해 놓았던 이적자금이 있기 때문이다. 첼시는 유소년 선수 이적 규정 위반으로 올 시즌 앞두고 선수 영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 당초 2번의 이적 시장 참여 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항소 끝에 1번으로 줄었다. 하지만 첼시는 지난 겨울에도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돈이 쌓인 첼시다.

 

한 동안 돈을 쓰는데 보수적이었던 로만 구단주도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이야기했다. 2017년 우승이후 리버풀과 맨시티에 밀렸던 정상 탈환 의지가 투영된 주문이다. 전설 램파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올 시즌 전력 재정비를 잘해내면서 챔스 진출권인 리그4위, FA컵 4강에 올라와 있는 것이 첼시 투자에 탄력을 더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존중.

 

첼시의 공격적인 선수 영입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히는 게 첼시 이사인 마리나 그라노브스카야(이하 마리나)의 선수 영입 정책과 협상력이다. 또 이를 뒷받침하고 문제없이 협력하는 램파드 감독의 협업 능력이다. 선수 영입 디렉터와 감독의 이상적인 조합을 보여주고 있는 잘나가는 첼시의 선수 영입 투톱이다.

 

디렉터와 감독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선을 넘지 않으면서 최선의 시너지를 뽑아내고 있는 게 현재 이적 시장에서의 첼시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면 자강두천에 빠져 망하기 십상인 게 디렉터와 감독의 관계다.

 

 

마리나는 로만 구단주와는 석유회사 시절부터 함께 일해 온 사이다. 로만 구단주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마리나는 첼시 경영에 참여하고 나서도 대형 스폰서십과 선수 영입 등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면서 로만 구단주의 신뢰를 더했다.

 

 

 

 

 

 

 

 

 

 

마리나는 방만하게 운영되던 첼시의 살림살이와 선수 영입 비용을 개선, 정리 했다. 이 과정에서 감독 권한에 대한 월권 논란, 축알못 비판, 선수 이적료를 놓고 너무 저울질하다 결과적으로 선수를 놓치는 등의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마리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추진력에다가 로만의 신뢰를 업고 2014년 첼시의 실질적인 최고 경영자에 올랐으며 현재는 축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 됐다. 

 

 

마리나는 노하우가 쌓이면서 선수 영입의 리스크를 줄여나갔다. 그 중 하나가 감독과 충분히 상의는 하되 선수 영입은 감독의 라인이나 관계가 아닌 철저히 보고서에 의해 하는 것이었다. 다른 팀들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첼시도 이전 무리뉴의 카르발류, 스콜라리의 데쿠, 사리의 조르지뉴처럼 감독의 라인이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의 영입이 있었다.

 

 

 

 

 

 

 

 

 

 

마리나와 램파드의 협업.

 

마리나는 이 과정에서 감독과 충돌하거나 불협화음을 냈다. 감독 입장에선 선수 선택권을 침해받는다고 생각했다. 마리나는 협상 전문가지 축구 전문가는 아니다. 감독 눈에는 못마땅했을 것이다. 반대로 마리나는 팀 재정을 고려하지 않거나 감독 라인을 타고 들어오는 영입 요구가 마땅치 않았다. 충돌은 불가피 했다.

 

 

이런 점에서 램파드 감독과 마리나는 훌륭한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 마리나는 관계가 아닌 객관의 원칙을 견지하되 그간 감독과 충돌했던 월권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선을 넘지 않는다. 램파드는 감독으로서 선수 평가의 의견은 충분히 내되 협상은 전문가인 마리나에게 철저히 맡기는 방식으로 이적 작업을 진행한다.

 

초기 공동 작업을 하면서는 둘 사이에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더없는 파트너가 됐다. 그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에 대한 인정이다. 램파드 감독의 선수 시절부터 서로를 잘 알기에 빠르게 자리 잡은 둘의 관계다. 감독과 디렉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안다. 지난 일들을 함께 지켜본 일종의 학습효과다.

 

 

 

 

 

 

 

 

 

복수의 크럽들이 영입전을 펼쳤던 티모 베르너 이적 과정에서 둘이 보여준 콤비 플레이가 알려지기도 했다. 램파드 감독은 베르너에 전화를 걸어 마음을 사고, 마리나는 협상을 통해 복잡한 이적(바이아웃 등)의 실타래를 풀었다. 마리나가 베르너에게 축구를 이야기하고, 램파드가 베르너에게 돈 이야기를 꺼냈다면 판이 깨졌을 수도 있었던 이적이다. 월권은 필시 충돌과 실패로 귀결된다.

 

쉽고 당연한 거 같지만 안되고 망칠 때가 많다. 감독은 축구 전문가지 협상 전문가는 아니다. 보드진은 경영 전문가지만 축구를 모를 때가 많다. 그러니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협업하면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데 반대로 선을 넘거나 무시하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팀플레이가 안 되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나. 요즘 첼시가 보여주는 게 전자라면 이적 시장에서 꼬일 때로 꼬이는 팀은 후자다. 후자는 토트넘 같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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