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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 시즌 영국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은 리버풀이다. 그리고 2018/19 시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은 리버풀이다. 리버풀은 두 시즌동안 어떻게 유럽과 리그를 정복했을까? 27게임 무패행진을 달린 비결은 무엇일까? 선수들의 값진 노력과 클롭 감독의 다양한 전술, 그 외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오늘은 클롭의 축구 전술인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에 대해 이해해보자. 

 

게겐 프레싱의 뜻 풀이는 [독일어 Gegen +영어 pressing] 의 합성어이다. 해석을 하자면 '강한 압박'의 뜻을 가질 수 있겠다. 강한 압박. 축구에 있어 중요한 전술 포인트 중 하나이다.

 

 

 

 

 

 

 

 

 

 

◎ 전방 압박의 과거와 현재

현대 축구에서의 전방 압박은 더 이상 체력이 강한 일부 팀의 특별한 전술이 아닌 대부분의 팀들이 경기 중 특수한 경우에 이용하는 부분 전술로 많이 쓰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전방 압박을 주 전술로 쓰는 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체력 소비가 많이 된다는 이유로 경기 후반에 팀이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하여 상대에게 경기를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토너먼트 상위전이나 리그 순위 결정전 등 특수한 상황의 경기에서 한번씩 볼 수 있는 전술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현대축구의 흐름은 강한 체력과 피지컬 등을 요구한다. 더 이상 일부 선수의 특별한 기술과 스트라이커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의 결과가 바뀌는 과거의 축구는 볼 수 없다. 과거의 축구가 개인 능력이 우수한 몇몇 선수에 의해 결과가 나타난다면, 요즈음의 현대 축구는 팀이 함께 움직이는 전술, 활동, 프로세스 등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흔히 축구선수의 능력을 세분화하여 수치로 보여주는 것을 스탯이라고 한다. 과거의 축구선수 스탯은 몇가지 항목중 뛰어난 한 두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많았다. 예를 들어 공격수의 능력치를 본다면 파워, 드리블, 슛 등의 능력치가 높으면 수비, 체력, 패스 등의 다른 능력치가 낮더라도 우수하다고 생각하였다. 또 수비수의 능력치를 본다면 피지컬, 대인방어, 태클 등의 능력치가 높으면 반대로 드리블, 슛, 패스 등의 능력치가 낮아도 우수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미드필더의 경우 드리블, 패스, 체력, 볼키핑, 시야 등 몇가지 요소가 더 요구된다. 과거 우리는 뛰어난 미드필더를 많이 보유한 팀이 강팀인 경우가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 

 

 

 

요즈음의 현대축구에는 이러한 구분이 없다. 리그에 따라 차이가 분명 있겠지만 흐름은 비슷하다. 포지션의 구분은 역활만 다를 뿐이지 선수에게 요구하는 능력치는 많이 다르지 않다. 공격수든 수비수든 미드필더든 체력은 다 우수해야 하며, 패스와 볼키핑, 시야 등은 모두에게 요구하는 능력치가 되었다. 공격수에게도 수비의 능력이 필요해졌고, 수비수에게도 공격의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격수에게는 수비요정, 수비수에게는 수트라이커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현대축구의 감독은 팀의 축구 전술을 구성할 때 개인 부분 전술 보다는 팀 전체 전수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팀의 구성원인 선수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경기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요즘 현대축구의 스타일이다.  

 

 

 

 

 

 

 

 

 

◎ 전방 압박의 시작

전방 압박 전술은 많은 팀들이 사용한다. 만약 전력이 비슷한 팀일 경우 전방 압박을 시행하여 의외로 경기 결과가 빨리 나타날 수도 있다. 상대의 공격을 수비진영에서부터 저지하여 볼을 빼앗아 우리의 공격 시간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전방 압박을 당하는 팀의 수비진들은 강한 압박에 당황을 하여 실수를 하게 된다. 전방 압박은 상대방에게서 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다. 상대방에게 근접하여 강하게 압박한다면 수비수들의 패스 실수나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면 볼을 빼앗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것이 전방 압박을 하는 이유다. 

 

우리가 오늘 알아볼 '클롭의 게겐프레싱'은 이러한 전방 압박이 축구 전술의 핵심이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압박을 하는 방법이다. 흔히 전방압박은 상대방의 수비수에게 우리 공격수가 1명씩 다가가는 경우가 많다. 볼을 가진 수비수에게 우리팀 공격수 1명이 접근하고 나머지 패스를 받을 선수에게 한명씩 근접 마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클롭의 게겐프레싱은 공격을 진행하다 볼을 빼앗기면 근처에 있는 2~3명의 선수가 볼을 가진 한명의 선수를 전방위로 빠르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 전술의 핵심기술이다. 과연 이러한 것이 가능할까? 한 두번 정도는 가능할 것도 같다.

 

경기중 특별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러한 모습이 한 두 번 정도는 연출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의 클롭 감독님은 괴짜감독 답게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상대보다 한발 더 뛰기를 강조하고, 공을 빼앗기면 수비 위치를 찾아 물러나지 않고 그자리에서 즉시 압박을 가하기를 요구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는 상대보다 몇 배는 움직임이 많아지는데 상대의 빌드업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후방빌드업을 중시하는 팀에게는 치명적인 수비방법이 될 수 있다.

 

 

 

강한 압박의 다른 말은 극단적인 압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리버풀팀 부임 당시 시즌의 선수들의 체력상태를 보면 후반전에 체력을 소진해 경기를 뒤집힌 경우가 몇 번 있다. 시즌을 거듭하여 선수들의 체력도 상승되고 게겐프레싱에 점점 적응을 했을 때는 리버풀을 만나는 팀은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극단적인 전방 압박 전술은 특별했고, 많은 축구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이 전술로 인해 리버풀은 유럽을 정복하였다.

 

 

 

 

 

 

 

 

 

◎게겐프레싱의 장점과 단점

빌드업 후 공격을 진행하다 상대팀에 볼을 빼앗기면 그 즉시 게겐프레싱이 발동된다. 그리고 한명이 아닌 반드시 2~3명이 주위를 둘러싸고 전방위로 압박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축구 전술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장점은 상대방이 공격을 아예 못하게 하는 것이고, 볼 점유율을 높인다. 축구에서 볼을 많이 가지고 있는 팀일 경우 수비만 하는 팀보다 체력소모가 덜하다. 볼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호흡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반대로 수비만 하면 끌려다니기만 해서 힘이 더 들고, 체력소모도 빠르다. 단점은 강하게 압박하다 보니 체력소모가 극심하다.

 

그리고 게겐프레싱이 실패할 경우 실점위기가 바로 찾아 올 수 있다. 2~3명이 함께 한명을 압박하다보면 두명이 마크를 놓치게 된다. 그러면 그 두명에게 골을 허용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게겐프레싱은 전방을 강하게 압박하는 대신에 후방의 뒷공간은 허술해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만약 탈압박과 롱패스의 능력이 높은 미드필더와 스피드가 빠른 공격수의 조합이 있는 팀에게는 게겐프레싱이 실패할 경우 실점을 허용할 확률이 매우 높다. 클롭의 리버풀이 무패행진을 이어왔지만 그 전에는 전력이 약한 팀에게도 대패를 한 경기가 있는데 바로 이러한 경우였다. 

 

 

클롭이 도르트문트에서부터 게겐프레싱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몇 시즌이 흐른 뒤에도 좀처럼 완성되지 못한 이유는 도르트문트 팀의 속성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도르트문트는 흔히 말하는 거상 이미지가 있는 팀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훌륭한 유망주를 영입하여 육성을 거쳐 빅클럽에게 큰 이적료를 받고 판매한다.

 

매년 이적시장에서 도르트문트의 선수 이동은 적게는 한 두명, 많을 경우 5~6명까지도 있었다. 클롭이 도르트문트에서의 임기 동안 게겐프레싱을 완성 할 수 없었던 첫번째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매년 선수구성이 달라지면 클롭이 아니라 게임속에 나오는 최고의 명장도 완성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 실패를 거듭하고 진화한 게겐프레싱       

클롭이 리버풀 감독으로 부임하고도 축구 전술의 완성을 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부임 당시의 선수 구성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게겐프레싱을 할 수 가 없었던 것이다. 두 세번의 시즌을 거듭해 선수단을 개편하고 게겐프레싱을 완성했지만 대부분의 상대팀은 이제 전술간파를 하여 같은 방식으로 당하지 않았다.

 

탈압박과 패스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를 중용했고, 게겐프레싱을 무력하게 만든 것이다. 그것은 게겐프레싱의 압박위치를 강제적으로 제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비깊숙한 곳에서 중앙선까지 빠르게 볼을 이동하여 지공으로 경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통해 게겐프레싱의 압박 위치를 일부 수월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실제로 클롭이 이 경우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렇게 약팀에게도 한 번씩 대패를 하거나 경기 막판 실점을 하여 무승부의 경우가 생겨나자 클롭은 전술을 유연하게 적용하여 위기를 벗어난다. 라인을 올리거나 내리기를 반복하고 압박하는 움직임도 시간 대에 따라 다르게 하여 선수들의 압박강도를 조정하니 체력소모가 덜해진 선수단은 클롭의 유연한 전술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러한 탄력적 축구 전술의 선택으로 리버풀은 2019/20 시즌 27게임 무패행진을 하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출범이래 첫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 클롭의 축구 전술 게겐프레싱 핵심포인트 ☆

볼을 빼앗긴 시점(주로 상대지역)이 어디든 그 자리에서 주변의 2~3명이 즉시 볼을 가진 선수를 둘러싸고 강한 압박을 하여 볼을 빼앗아 다시 공격을 시작한다. 이때 공격은 지공 형태가 아니라 빠른 역습을 통해 슈팅을 하는 결과까지 이루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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